[북한산 새 암벽 루트] 인수봉, 수리봉, 노적봉 등에 같은 이름 루트 생겨
‘그대에게 가는 길’ 개척자가 밝히는 루트 정보
지난해부터 북한산 주요 암장에 새로운 루트가 생겼다는 소문이 돌았다. 루트 부족으로 주말이면 긴 줄을 서야 하는 암벽 동호인들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이름까지 정확하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는데, 신기하게도 어디를 가나 똑 같은 이름의 ‘그대에게 가는 길’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암장마다 ‘그대에게 가는 길 하나’
와 ‘그대에게 가는 길 둘’로 두 개씩 루트가 개척되어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 1 인수봉 남면의 ‘그대에게 가는 길 둘’을 등반하고 있는 클라이머.
이 새로운 루트를 만든 주인공은 D.클라이밍클럽 임기식(56) 전 회장이다. 그가 만든 ‘그대에게 가는 길’은 현재 북한산 인수봉과 노적봉, 수리봉 그리고
화순 하늘바위에 각각 두 개씩 총 8개가 개척되어 있다. 이 가운데 화순 하늘바위의 루트는 6월 초 암장개척보고회를 연 이후 공개될 예정이다.
“오랫동안 산에 다니면서 만난 많은 ‘그대’들과의 인연을 생각하며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한 암장에 두 개의 루트를
내면서 ‘하나’는 쉽게, ‘둘’은 조금 어렵게 만드는 것을 콘셉트로 잡았습니다.”
▲ 2 루트 초입부에 설치한 작은 명판.
2014년 6월부터 2015년 5월까지 계속된 루트 개척 작업은 조용히 진행됐다. 수차례 루트파인딩을 통해 적절한 등반 라인을 그리고 확보지점과 피치를 구분하는
사전작업을 마쳤다. 그런 다음 평일 한적한 시간을 골라 조금씩 루트를 만들었다. 특히 북한산의 암장은 국립공원 구역 내에 있어 대대적인 작업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화순 하늘바위는 주말을 이용해 개척 작업을 했다.
“기존 루트에 간섭이 가지 않는 새로운 루트를 만들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무엇보다 안전한 등반이 가능하도록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루트를 설계했어요.
국제 공인 규격에 맞는 튼튼하고 내구성이 좋은 볼트와 앵커를 사용했고, 자연 훼손을 줄이기 위해 확보물도 최소한으로 설치했습니다. 루트 이름과 난이도를
표시한 명판도 최소 규격으로 제작해, 모범적인 루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는 루트를 만들며 보수와 관리 계획도 함께 세웠다. 루트 주변에 금계화(6월부터 9월까지 노란 꽃잎이 피는 다년생 야생화) 꽃씨를 심고 가꿔 등반자의 시각을
고려했고, 매년 한 번 특별점검을 통해 볼트와 행거, 앵커 포인트 등을 보수할 예정이다. ‘그대에게 가는 길’은 개척자의 정성이 한껏 들어간 루트라 하겠다.
▲ 3 앵커볼트를 설치하기 위해 드릴 작업을 하고 있다.
■ 루트 개요
노적봉
하나보다 둘이 조금 어렵다. 중급 클라이머들이 여유롭게 즐겁게 등반할 수 있는 루트로 하루에 두 곳 모두 등반이 가능하다.
‘그대에게 가는 길 하나’는 전면벽 ‘불장난’과 ‘빨대길’ 사이에 위치하며 총 5피치로 이루어져 있다. 중급의 클라이머가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는 루트로 2피치 페이스 같은 슬랩이 재미를 더해 준다. 3명이 3시간 정도면 등반을 끝낼 수 있다.
‘그대에게 가는 길 둘’은 전면벽 ‘경원대길’ 출발지점과 같이 있으며 출발점에 명판이 부착되어 있다. 총 6피치로 구분되는
루트로 3명이 4시간 정도 소요된다.
인수봉
등반 시작 전과 끝나고 몸 풀기에 적합한 루트다. ‘그대에게 가는 길 하나’는 남면벽 ‘빌라길’과 ‘써미트 슬랩’ 사이에 위치하며
1피치짜리다. 등반길이 30m에 볼트 7개가 설치되어 있으며 크랙과 슬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대에게 가는 길 둘’은 남면벽
‘거룡길’과 ‘써미트 크랙’ 사이에 있으며, 등반길이 23m로 볼트 8개가 설치되어 있다. 슬랩과 페이스성 크랙으로 이루어져 있
으며 최고 난이도 5.11c 정도다.
수리봉
‘그대에게 가는 길 하나’는 ‘폐쇄회로’와 ‘중간길’ 사이에 위치하며 등반길이 24m에 볼트 7개가 설치되어 있다. 5.10c 정도의 슬랩이다.
두 번째 볼트의 턱을 넘는 게 관건으로 선등 확보 시 특히 주의해야 한다. ‘그대에게 가는 길 둘’은 ‘중간길’과 ‘그대에게 가는 길 하나’
사이에 있으며 등반길이 25m에 볼트 8개가 설치되어 있다. 페이스성 슬랩이며 최고 난이도 5.11c 정도이다.
화순 하늘바위
‘그대에게 가는 길 하나’와 ‘둘’은 하드프리와 피치 등반을 같이 병행할 수 있게 개척된 길이다.
암장 주변에 6~9월 노란 금계화가 지천에 핀다. 주변에 운주산과 화순온천이 있으며 5분 거리에 하늘바위펜션이 있다. 전면에 위치하며
둘 다 멀티피치 루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