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조건 벗고 침대에 눕는다고 다 베드신 아니거든?
최근 영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행복>, <어깨 너머의 연인>의 공통점은 뭘까. 하나같이 여배우들의 첫 베드신을 필두로 대대적 홍보를 펼쳤다는 점이다. 영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는 한채영의 완벽한 몸매를 엿볼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베드신으로 관객의 이목을 모았고, 영화 <행복>은 임수정의 첫 성인연기로, <어깨 너머의 연인>은 이태란의 첫 베드신으로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이 세 영화 속 베드신에 대한 평가는 반반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거나 영화 내용과 동떨어진 베드신이 등장하기도 하고 너무 야하지 않은 것이 혹평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에서 베드신을 촬영한 여배우들은 그것만으로도 각광을 받기 마련이다. 홍보차 출연한 각종 TV프로그램에서 베드신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연신 들춰내는가 하면 베드신 하나만으로 여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영화를 들춰보면 관심이 집중되고 화제에 오른 것만큼의 감동도, 충격도 없다. 영화 내용 흐름 상 필요하거나 자연스러운 베드신인가 하면 그것도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가 하면 정말 침대에 눕는 것만으로 끝나는 베드신 장면을 가지고 “그녀의 첫 베드신!”이라 대대적 홍보를 펼쳐 관객을 우롱하는 일도 하루 이틀이 아니다.
영화 관객 김모(28)씨는 “내가 좋아하는 여배우가 베드신을 찍었다고 해서 영화를 보러 갔다가 실망해서 온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며, “야하고 덜 야한 정도를 떠나서 저 장면을 베드신이라고 말했나 싶어 거짓말에 속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사실 베드신은 영화의 스토리 진행상 꼭 필요한 경우로 들어가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여배우에게 있어서도 성인연기자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꼭 필요한 필수요소다. 실제로 베드신을 성공리에 촬영한 여배우들은 “이미지 변신을 위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베드신을 찍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문제는 여배우들이 몸을 사리지 않고 촬영한 베드신이 어떤 평가를 받는가이다. 그 이전에 평가는 어떤 기준에서 내려지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본지 설문조사에 응한 30명의 영화 관계자 및 연예부 기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얼마나 그 연기에 몰두해 있는가”를 뽑았다.
말인즉슨, 여배우들이 베드신 장면에서 역할에 몰입을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어색함을 못 이겨 연기하는 척 하는 건지가 관건이라는 것. 또한 현실적이면서도 얼마나 아름답게 표현했는가가 잘 나온 베드신을 꼽는 항목에 포함됐다.
기자와 영화관계자가 뽑은 최고의 베드신은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였다. 사랑하는 이를 두고 조건에 맞춰 결혼한 여인과 그 여인이 마련해 준 집에서 살며 불륜을 저지르게 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주연배우인 엄정화의 몸매가 파격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최고의 베드신으로 뽑혔다.
최고 베드신 영화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 <해피엔드>
자연스러운 몰입과 관객 설레게 하는 연기, 영상 조화이유는 남녀의 심리가 잘 살아 있는 정사신이었기 때문. 한 기자는 “영화 안에서 엄정화는 다른 정사신에 비해 몸매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영화 대사 안에서도 ‘나는 옷을 입고하는 걸 좋아해’라고 하는 등 감추려는 시도가 많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우성과 엄정화는 자연스러운 관계연기를 통해 굉장히 섹시했다”고 말했다.
2위는 <해피엔드>가 차지했다. <해피엔드>에서 전도연은 과감한 노출연기를 불사하며 성인연기자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한 영화관계자는 “당시 전도연과 주진모가 전도연의 사무실에서 벌이는 정사 장면은 만점이었다”며, “전도연이 찍는다는 것만으로도 베드신의 기대치는 최고조였는데, 베드신 장면도 스토리 전개, 분위기, 배우들의 연기 몰입도로 볼 때 나무랄 데 없는 베드신이었다”고 말했다.
<얼굴없는 미녀>는 그야말로 여배우가 만들어낸 베드신이었다. 한 기자는 “하이틴 스타에서 섹시함의 대명사로 거듭난 김혜수의 첫 베드신이었던 것만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특히 글래머러스한 몸매가 적나라하게 보여져 남녀의 관계로서의 베드신이라기보다는 그녀 혼자만이 보여주는 베드신이란 인상이 강했다”고 말했다. <얼굴없는 미녀>를 꼽은 또 다른 기자 역시 “영화 안에서의 김혜수는 한마디로 비너스였다”며, “<타짜>에서는 좀 더 나이가 있으면서 아름다운 몸매였지만 <얼굴없는 미녀>는 그야말로 완벽한 몸매였다. 때문에 당시 가슴 성형수술 루머가 돌기도 했고, CG급의 베드신이라는 말이 불거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정사>, <생활의 발견> 등이 괜찮았던 베드신으로 뽑혔으며, 이전까지 대역을 써오다 첫 상반신 노출을 감행했던 배두나가 말을 못하는 신하균과 수화를 하며 찍는 베드신이 담긴 <복수는 나의 것>도 색다르면서도 귀엽기까지 한 베드신으로 뽑혔다.
즉, 최고의 베드신은 베드신 연기에 있어서의 자연스러움, 몰입도와 함께 여배우의 아름다운 몸매가 만들어냈다. 이에 한 평론가는 “여배우의 몸매와 고혹적인 자태는 관객으로 하여금 환상적인 베드신이라는 것을 각인시킬 뿐 아니라 이로 인해 영화 안에서의 사랑이 어떤 금지된 사랑일지라도 합리화시키는 힘을 가졌다”며, “관객에게 예술적 감동이 아니라 육체적 오르가즘을 주는 것만으로도 베드신의 목적은 훌륭히 달성된 셈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영화 속 최악의 베드신은 뭘까. 대부분이 김지현·류수영 주연 영화 <썸머타임> 속 베드신을 최악의 베드신으로 꼽았다. 그룹 ‘룰라’출신의 가수 김지현이 노출도 불사하며 찍었던 이 영화는 최악의 평가와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소리 없이 묻혔고, 케이블 TV에서나 단골로 등장하는 영화가 됐다.
이 영화에 대해 한 영화기자는 “베드신에도 연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영화의 베드신에는 감정이 없다. 연기자에게서 사랑도, 쾌락의 감정도 찾아볼 수가 없다. 신음소리마저 감정이 없더라”고 혹평했다. 최악의 베드신 2위와 3위는 구본승·강예원 주연의 <마법의 성>, 김성수·김서형 주연의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이 차지했다. <마법의 성>은 “섹스신이 영화 이곳저곳에 쓸데없이 난무하면서 너무 유치하다”는 평을 받았다.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은 “괜찮았다”는 평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섹스장면 묘사는 잘 됐지만 남성은 본능적 섹스에만 충실하며 오직 탐닉할 뿐이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결국, 베드신이 배드(Bad)신이 되는 요건은 내용이 없는 섹스, 감정이 없는 베드신 연기인 것. 한 영화 관계자는 “섹스만을 보려면 포르노를 보면 된다. 그러나 영화 안에서의 베드신은 예술은 아니더라도 영상, 연기, 음향 모든 것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오감충족이라고 하지 않는가. 관객은 여배우가 스크린 위에서 펼치는 연기를 보며 은밀한 욕구를 충족하려 한다. 그렇기 때문에 포르노와 달리 여배우가 하는 연기의 몰입도와 자연스러움이 최고와 최악의 베드신으로 나뉘어진다”고 말했다.
새로 탄생하는 스타 여배우들을 비롯해 수많은 배우들이 베드신을 찍을 것이다. 그러나 베드신을 찍는다는 것만으로 성인연기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베드신이 꼭 성인연기자로의 관문도 아니다. 연기자로서 밥 먹고 술 먹는 장면을 촬영하듯 영화에 필요한 요소인 베드신을 촬영하는 것뿐이다. 관건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베드신 촬영에 임하냐는 것이다. 적당히 가슴 혹은 몸매의 일부만 보여주면 되겠지란 생각으로는 남녀관객을 설레게 하는 배우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