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반정보/전라도자료

강진 만덕산

ropeman 2010. 7. 2. 16:19

강진 만덕산에서 땅끝까지 46Km

석문산을 내려서다 만난 리지. 먼저간 최종이 기자가 일행을 조심스런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바다로 빠지는 마지막 암릉

우리나라 육지의 남쪽 끝자락에는 대륙의 땅심이 바다로 빠져들기 전에 마지막 자존심을 세우는 암릉이 있다.
이는 다산초당과 백련사를 품은 강진 만덕산(409m)에서 시작된다. 석문산(272m), 두륜산(673m), 달마산(481m), 도솔봉(421m)에서 땅끝 사자봉(145m)까지 도상거리로 장장 46킬로미터나 이어져 있다.
하지만 지역 산악인들조차 이 구간을 종주한 사람은 몇 안 될 정도로 인적이 뜸해 아직 거치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숲길로 들어서니 온통 동백나무다. 마지막 남은 붉은 동백 몇 송이가 땅 위에 떨어져 있다. 얼마를 가니 쌓인 낙엽의 촉감이 푹신한데 산길 아래로는 불에 탄 나무가 보인다. 산 남쪽 자락에는 고사동마을이 조용하다.

 

■ 일정 및 소요시간 : 총 산행 약 4시간 30분 정도 소요 : 광주TG∼강진(08:50/아침) ∼18번국도∼55번지방도∼석문교

   석문리 용문사입구(10:00)) → 용문사(10:10) → 286봉(10:27) → 293봉(10:50) → 안부(11:40) → 바람재(12:15) → 만덕산 깃대봉

   (13:00/13:10)→ 백련사(13:40) → 다산초당(14:10/14:20) → 다산 유물전시관(14:30) → 귤동마을 입구 주차장(14:40)~ 강진~ 목포

 

■ 산행기
만덕산 들머리인 석문사 용문사 입구다. 주차공간이 마땅치 않아 길 모둥이에 가까스로 주차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전남 강진의 만덕산(408.6m)은 동백꽃으로 유명하다. 꽃은 선운사 동백처럼 대규모는 아니지만 산 기슭에 자리잡은 백련사 군락지로

아담하면 서도 황홀한 꽃물결이 그런대로 아름답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봄빛이 질감을 더해갈 즈음 땅과 하늘이 '붉은 아우성'

으로 장관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산은 단지 동백림만 감춰놓고 있지 않다. 조선 최고의 학자 정약용이 10여년을 기거한 다산초당도 품고 있다. 동백에 취해 다산의 체취

를 느끼면서 다산이 걸었던 오솔길도 함께 걸을 수 있다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리라 감히 생각한다. 산행은 그래서 백련사와 다산초당

을 아우르는 코스. 정상에 올라 봄빛으로 깨어나는 산하를 바라본 뒤 백련사로 내려와 바닥에 나뒹구는 동백꽃을 즈려밟아 본다.

산 모롱이를 도니 바람재 안부에 서너 채의 집이 나타난다. 기도원인 듯하다. 고갯마루에 올라선다. 바람이 거세다. 멀리 북으로 월출산

의 암봉아련하고 동남으로는 구강포가 푸르다. 뒤로는 만덕산이 성채같다. 하늘은 짙은 회색으로 낮게 내려앉아있다. 산은 짙푸른 빛

내품고 있다. 가녀린 가지 하나에 여러 송이의 탐스런 꽃을 피운 철쭉이 한가롭게 흔들린다.

두륜산의 명물인 바위 구름다리.

달마산 리지 도중에 만난 암봉

일행은 앞의 작은 봉우리를 넘기 위해 큰길을 버리고 오솔길로 들어선다. 희미하게 이어지던 산길이 이내 사라진다. 295암봉이 눈앞에 빤히 뵈

만 내려가는 길이 없다. 잡목숲을 헤치고 얼마를 내려서니 고사동에서 영락마을을 오가는 고갯길이다.

295봉으로 오르는 길로 들어서자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진다. 길 가운데 사람 크기만한 바위가 떡 버티고 있는데 생긴 게 영락없이 남성을 닮았다.

얼마간의 걸음품을 팔아 295봉을 오르자 갑자기 바람이 달려든다. 앞의 암봉과 이루는 안부는 완전 바람골이다. 하늬바람이 미친 듯이 골을 타고

넘어온다. 빗방울은 만유인력을 무시하고 수평으로 능선을 넘는다. 나뭇잎은 찢어질 듯이 떨고 가지는 부러져 나갈 것만 같다.

이기자가 사진을 찍자며 일행을 세우자 바람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모두 바위를 움켜잡는다. 안부에서 벗어나자 바람이 잔다. 돌아보니 골에는 여

전히 미친 바람이다. 일행은 한숨을 돌리고 석문천이 내려다뵈는 암봉에 올라선다. 건너 석문산이 우뚝 서있는데 정상으로 올라가는 세 갈래의 암

릉이 힘차다. 인적이 없는 바위를 오르내리거나 우회하며 석문에 내려서니 1시 40분이다. 도로 양쪽에 우뚝 선 바위는 말 그대로 석문(石門)같다.

도로를 따라가다 최기자를 만난다. 천씨와 김기자는 일행을 기다리다 갔다고 한다. 마침 한국유리공업 함바집이 비어있어 일행은 그곳에서 점심을

한다. 때가 다소 지나서인지 모두들 게걸스럽게 먹어댄다. 석문산 초입에 든 시간은 오후 3시. 최기자도 합류를 한다.

처음엔 잡목숲을 헤치다가 나지막한 암릉을 탄다. 하늘은 여전히 낮다. 석문산 정상을 지나 잡목숲을 헤친다. 내려서는 길은 여러 갈래의 암릉이다.

제일 왼쪽의 남쪽으로 뻗은 칼날같이 생긴 암릉이 눈길을 끈다. 일행의 발길은 그리로 향한다.

리지와 리지 사이의 협곡은 너덜지대다. 칼날 같은 리지를 오르며 건너편 리지를 바라보니 틈이 성긴 곳에 돌로 성을 쌓았던 흔적이 보인다. 리지는

멀리서 보듯 그리 날카롭지 않아 자일을 사용치 않고 그냥 넘어선다. 내려서는 계곡길에는 두릅나무가 많이 있지만 벌써 대부분 쇠었다.

봉황천에 내려서니 오후 6시 10분. 물이 아주 맑다. 일행은 오늘 산행은 여기서 마치기로 하고 숙소로 정한 북평면 남창리 벧엘가든으로 향한다.

 

석문 근처에서 멈춘 만덕산 마지막 암봉.

건너편에 석문산 암봉이 푸른 숲에서 솟아났다.

길없는 암릉의 표지기

5월 6일, 다행스럽게 날이 아주 맑다. 최기자와 강씨, 장씨는 순천으로 돌아가고 남은 인원은 김씨를 비롯

한 세 명이다. 도암중학교 근처 신리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희미하게 이어지던 산길은 여지없이 묘지가 있는 곳에서 길이 끊긴다. 길을 만들어가며 첫 봉우리에 오른 시간은 9시 40분.

바위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쐬다보니 빛바랜 붉은 표지기가 눈에 들어온다. 반가움에 벌떡 일어나 다가가 이미 희미해진 글귀를 읽는다. '강진 산악동우회 백두지간 만덕 달마 종주'
아! 그래도 이 구간을 뛰어본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표지기가 바람에 흔들리는데 김씨가 "그거 몇십년은 된 거 같소"한다. 그 정도야 됐을까만 근래의 것은 아닌 듯하다.
  암릉에 핀 붉은 철쭉꽃에 초여름의 따가운 햇살이 내려앉는다. 어제 미친듯이 불던 바람은 꼴도 보기 싫더니 오늘은 뙤약볕이라 바람이 그립다

덕룡산은 길이 없는 리지와 잡목이 섞여 길게 이어져 있다. 대부분의 바위에는 이끼가 있고 담쟁이덩굴이 붙어 있다. 무릎 정도 높이의 잡목을 지나 아기자기한 암릉을 얼마간 오르내리니 정상인 듯한 봉우리다.

달마산 종주 중에 만난 산철쭉 군락지.

덕룡산은 그만그만한 봉우리가 연이어 있어 어느게 상봉인지 가늠하기가 힘들다. 시원한 바람이 나물 캐는 아낙들의 목소리를 싣고 불어온다. 산행중에 처음 듣는 사람 목소리라 아주 반갑다.

산의 서남쪽 사면은 검게 탄 나무들이 곧게 뻗어있다. 마치 저승사자

같다. 앞을 가로막는 바위 연봉은 등반하기가 까다로워 보여 우회한다.

불에 탄 싸리나무 가지가 힘없이 뚝뚝 부러져나간다. 산딸기나무와 명

감나무는 이번 산행의 최고의 적이다. 이미 불타버렸음에도 그 가시와

넝쿨은 끊임없이 일행을 괴롭힌다. 새싹도 길을 방해하기는 마찬가지다.

  산행의 적 가시덤불

30분만에 숲에서 벗어나니 누구라 할 것 없이 얼굴에 숯검댕이칠이다.

우리는 로의 얼굴을 가리키며 마음껏 웃어 젖힌다. 능선으로 올라서자

시원한 바람이 분다. 상쾌하다. 나물꾼이나 약초꾼이 다닌 흔적이 있는

억새능선이 밋밋한 선을 그리고 있다. 누런 억새밭에 불탄 시커먼 소나무

가 서 있는 광경은 추상화를 보는 듯하다. 30분을 걸었는데도 여전히 억새밭이다. 키를 넘는 억새밭을 헤집고 지나는 맛은 다른 잡목의 그것보다

각별하다. 키 작은 철쭉 군락지를 따라 425봉을 오른 뒤 불에 탄 나무를 베어내 초원처럼 변한 470봉을 넘어 대작골 펑퍼짐한 안부에 도착한 것은

4시 25분. 남쪽 계곡으로 30미터 가량 내려가니 물이 있다. 갈증을 속인 다음 피트병으로 물을 받고보니 탁하다. 이상하게 생각하며 계류를 자세

히 보니 가재란 놈이 물을 흐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기자가 그놈을 잡아든다. 우리는 그 가재를 5미터 아래쪽에 강제 이주시키는 벌을 주고는

고갯마루로 올라온다. 잡목을 헤치느라 힘이 빠진 일행은 둔덕에 등을 기댄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다 .바람이 건 듯 불자 억새가 앞뒤에서 끼이

익끼익 하고 운다. 멀리서 뻐꾸기가 응답을 한다.

달마산 정상 봉화대에 작은 소망을 담은 돌탑이 솟았다.

5시에 자리를 뜬다. 이끼가 많아 등반이 어려운 바위는 우회하고 연이어 있는 리지를 오르락 내리락 한다. 육산인가 싶으면 암봉이 나타나 리지인가 싶으면 잡목이더니 동남으로 주작산이란 이름으로 산줄기가 갈러지는 곳부터 솟아난 봉우리는 바위로만 되어 있어서 리지등반에 적당하다. 그러나 아주 어려운 구간은 없어 안자일랜은 하지 않고 산행을 한다. 6미터 가량의 바위를 올라치자 서쪽으로는 해가 뉘엿뉘엿한다.
원래 오늘 오소재까지 끊기로 했는데 길도 없고 초행인 리지를 랜턴을 켜고 산행하는 것은 위험할 것 같아 도림마을과 금동을 넘던 고갯길에서 하산을 결정한다. 관악전이 있는 동남쪽길로 내려서는 일행의 등뒤로 붉은 해가 얹힌다.

5분을 내려서니 관악전이다. 물이 아주 풍부하다. 5분을 더 내려서니 승용차도 다닐 수 있는 너른 비포장도로가 나온다. 이 도로는 어관마을까지는 비포장이다.

어둑한 칼을 내려오다 뒤돌아보니 고주파 같은 하늘금이 황홀하다.


 


▲ 만덕산 용문사 큰법당 

 ▲ 용문산 범종각

▲ 산행 초입에서부터 마치 협곡을 연상케 하는 주변 경관에 압도된다.

▲ 만덕산엔 진달래가 제법 많이 피어있습니다.

▲ 산행 초입에 봉우리에 올라 뒤돌아 본 용문사 방향입니다.

▲ 능선산에서는 양쪽으로 강진 벌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 벌판 뒤로 남해 바다도 보입니다.

▲ 만덕산 깃대봉 입니다.

▲ 깃대봉에서 바라본 주변 풍경입니다.

▲ 산은 높지 않지만 너른 들판과 바다 그리고 아기자기한 암봉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산행하는 동안 지루한지 모릅니다. 

▲ 날머리에 있는 백련사입니다.

▲ 대웅전의 단청이 바래서 매우 오래되어 보입니다. 이 절은 신라 말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지나 확실하진 않다고 합니다.(전남유형문화재 136호) 

▲ 백련사 사적비(보물제1396호): 조선시대 숙종때 세워졌다고 합니다. 

▲ 그 유명한 백련사 동백꽃입니다.

▲ 동백군락지

▲ 바닦에 나뒹구는 동백꽃을 밟으며 걸어 봅니다.

▲ 백련사 바로 옆에 다산 조선시대의 실학자 정약용이 18년간 유배되어 있는동안 녹차를  생산했다는 녹차밭입니다. 

▲ 다산 정약용(정다산)의 유적지

▲  다산 정약용(정다산)의 유적지 

▲  다산 정약용(정다산)의 유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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